이형건 Hyeong geon Lee
지난 10월에 만나고 거의 1년 만이네요.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독일에서 꾸준히 기타를 만들고 있는 이형건 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작년 인터뷰 후로 다시 독일로 돌아가 약 1년간은 거의 제작과 학업에만 몰두했어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다 보니 도면과 폼, 지그 등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여름학기가 끝나고는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며 방학을 즐기고 있어요. 파르티타에도 방문해 좋은 악기들을 시연해 보고 제 악기들과 비교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 부산에서 있었던 스테이지66 공연도 재밌게 봤습니다.
지난 1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환경은 거의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다음 학기부터는 논문을 쓰기 때문에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으로 학교생활이나 하루 일과가 흘러갈 것 같아요. 수업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질 것 같은데요.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의 빈자리가 조금 아쉬울 것 같습니다. 처음 1년은 적응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시간이었다면, 그다음 1년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특히 올해 5월에 있었던 로마 엑스포와 이절론 페스티벌을 다녀오면서 좋은 악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그 경험들이 저의 모델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로마 엑스포, 이절론 페스티벌
로마 엑스포와 이절론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로마 엑스포는(Roma Expo Guitars) 제작가 중심으로 이뤄진 큰 규모의 페스티벌입니다. 이탈리아 제작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악기를 선보이고 연주회와 세미나 같은 다양한 행사들도 함께 진행됩니다.
독일 이절론(Iserlohn)이란 도시에서 열리는 이절론 페스티벌(Internationales Gitarren-Festival Iserlohn)은 연주자 위주의 페스티벌입니다. 국제 기타 콩쿠르를 메인으로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유럽과 중국, 한국 등 외국인 연주자와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에 30회를 맞이했고 2018년에 한국인 수상자도 배출한 적이 있는 큰 규모의 페스티벌입니다. 그리고 기타 제작과 관련된 전시 부스들도 적지 않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번에 저는 제작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페스티벌이었는데 즐거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공방을 같이 쓰는 친구의 권유로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처음엔 제 악기가 페스티벌에 나갈 준비가 되었나, 고민이 많았는데 로마 엑스포에서 들었던 피드백과 참여를 권유하는 주변의 의견에 힘입어 나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 참여는 현업에 있는 많은 기타 제작가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태도를 배우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를 잡는 계기가 되어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제 악기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더와 스프루스를 비교하는 의견을 구했습니다. 악기의 소리를 전반적으로 형용하는 단어 ‘따뜻하다, 단단하다, 볼륨감이 있다’ 등의 말들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더라고요. 비슷한 감상을 사람마다 묘하게 달리 표현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스프루스와 시더, 두 대의 악기가 퀄리티의 차이가 아닌 취향의 차이로 나뉘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스프루스와 시더는 전면을 제외하고, 같은 컨셉으로 거의 유사하게 제작되었는데요. 저에게는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에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다른 제작가, 연주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너무 즐거웠고요. 국내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기까지 용기와 결심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저는 물론 함께 하자고 권유한 친구도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로마 엑스포를 다녀오면서 마스터들과 프로 제작가의 수준을 봤던 터라 더 걱정이 된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제 악기를 선보이면서 가격을 얼마나 부여할지,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스스로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 너무 일찍 노출이 돼 버리면 그만큼 일찍 평가를 받게 되잖아요. 나의 것을 단단히 갖추기도 전에 접하는 다양한 평가들 앞에서 제 자신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타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고 이 모든 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함께한 친구와 서로 의지하면서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파르티타에 선보인 시더 모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소개하는 악기는 전면 시더와 옆 뒷면 인디언 로즈우드로 제작된 전통적인 스타일의 클래식 기타입니다. 저번 인터뷰에서 말씀드렸었던 안토니오 마린 몬떼로와 로베르 부쉐의 악기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제작했어요. 그래서 5개의 브레이싱과 브릿지 밑부분에 있는 가로 보강목, 그리고 아치형으로 된 터널의 보강목 등의 구조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의 악기와 같이 상대적으로 높고 G#보다 살짝 낮은, 103hz에 고유 주파수가 걸려있어 밝지만 가볍고 부드러운 톤을 가진 악기라 생각해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쉐의 헤드에서 약간의 변화로 포인트를 주었고 로제트는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모자이크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번 악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소리적인 측면에서 가장 고민했습니다. 악기 제작에 앞서 원하는 소리의 이미지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다른 명기들을 연주해 본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가장 닮길 바랐던 소리는 역시 안토니오 마린과 부쉐였기 때문에 그 악기들의 구조적 특징과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참고했어요. 그런 밝고 따뜻하고 둥근 소리의 악기를 기대하며 제작했습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선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을 먼저 정했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민했어요. 그 결과 밝은 톤의 모자이크로 로제트 작업을 했고, 퍼플링의 경우 바인딩과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제작 중 어려웠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바로 전에 만든 스프루스 악기를 제작할 때 처음으로 로제트의 모자이크 상감 작업을 해보았는데요. 너무나도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고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료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어떻게 재료를 구하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가볍지만 단단하고 건조가 잘 되며 내부 변형력이 적고 에너지 전달이 빠른, 효율적인 재료를 찾습니다. 전면 재료는 지난해 최문석 선생님께 받은 소재를 사용했고, 옆/뒤판은 학교 재고에 있는 나무들을 사용합니다. 따로 스페인이나 독일에 있는 목재상에게서 구매하기도 해요.



악기를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로만틱 기타와는 또 다른 감정이 들어요. 처음으로 나만의 컨셉을 가지고 작업했다는 점이 이전까지 만든 악기들과 가장 큰 차이점인데, 저의 오리지널 모델을 파르티타를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처음 파르티타를 알게 되고 그곳에 있는 악기들을 보았을 때 나도 이런 제작가가 될 수 있을까, 막연했던 바램이 어쩌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이제 단순한 피드백뿐만 아니라 냉정한 평가도 받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악기가 지속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나요?
저는 선대에 만들어진 악기들의 역사와 소리를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나만의 어떤 것을 첨가하거나 새로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기타 소리는 이미 세상에 있고 저는 그것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따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러는 동안 제 아이덴티티나 개성은 제가 만든 악기에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학교에서 친구들과 탁구를 정말 재밌게 치고 있어요. 어떤 친구는 저에게 탁구채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독일 시골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악기를 만드는 지난한 과정에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꾸준히 만들어질 악기에 대한 방향성이나 추구하는 점이 있다면?
소리적인 측면에서는 제 모델의 음색을 유지한 채로 디테일한 부분에 변화를 줘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소리와 잘 어울리는 로제트와 헤드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밝은 톤을 가진, 연주하기 편안하고 잘 따라주는 배려심이 있는 악기를 만들고 싶어요. 외관상으로는 평범하지만 고급스러운 방향을 추구하고요. 그리고 이번에 파르티타에 있는 마누엘 라미레즈 측정을 토대로 한, 마누엘 라미레즈 스타일의 악기를 제작해 보는 것도 목표입니다.

어떤 제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이제 곧 독일로 돌아가는데요. 쾰른에 있는 로만틱 기타 제작 장인과의 인턴십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안 하르트 크레세(Bernhard Kresse)에게 악기를 배우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의 시기가 올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이스터를 수료하고 나면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 악기가 숲의 나무로 있을 때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헛되이 만들어진 악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그리고 해외에 나와있는 만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기타 제작가로서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거창하지만 주변과 사회를 이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형건 Hyeong geon Lee
지난 10월에 만나고 거의 1년 만이네요.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독일에서 꾸준히 기타를 만들고 있는 이형건 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작년 인터뷰 후로 다시 독일로 돌아가 약 1년간은 거의 제작과 학업에만 몰두했어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다 보니 도면과 폼, 지그 등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여름학기가 끝나고는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며 방학을 즐기고 있어요. 파르티타에도 방문해 좋은 악기들을 시연해 보고 제 악기들과 비교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 부산에서 있었던 스테이지66 공연도 재밌게 봤습니다.
지난 1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환경은 거의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다음 학기부터는 논문을 쓰기 때문에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으로 학교생활이나 하루 일과가 흘러갈 것 같아요. 수업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질 것 같은데요.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의 빈자리가 조금 아쉬울 것 같습니다. 처음 1년은 적응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시간이었다면, 그다음 1년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특히 올해 5월에 있었던 로마 엑스포와 이절론 페스티벌을 다녀오면서 좋은 악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그 경험들이 저의 모델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로마 엑스포, 이절론 페스티벌
로마 엑스포와 이절론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로마 엑스포는(Roma Expo Guitars) 제작가 중심으로 이뤄진 큰 규모의 페스티벌입니다. 이탈리아 제작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악기를 선보이고 연주회와 세미나 같은 다양한 행사들도 함께 진행됩니다.
독일 이절론(Iserlohn)이란 도시에서 열리는 이절론 페스티벌(Internationales Gitarren-Festival Iserlohn)은 연주자 위주의 페스티벌입니다. 국제 기타 콩쿠르를 메인으로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유럽과 중국, 한국 등 외국인 연주자와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에 30회를 맞이했고 2018년에 한국인 수상자도 배출한 적이 있는 큰 규모의 페스티벌입니다. 그리고 기타 제작과 관련된 전시 부스들도 적지 않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번에 저는 제작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페스티벌이었는데 즐거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공방을 같이 쓰는 친구의 권유로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처음엔 제 악기가 페스티벌에 나갈 준비가 되었나, 고민이 많았는데 로마 엑스포에서 들었던 피드백과 참여를 권유하는 주변의 의견에 힘입어 나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 참여는 현업에 있는 많은 기타 제작가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태도를 배우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를 잡는 계기가 되어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제 악기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더와 스프루스를 비교하는 의견을 구했습니다. 악기의 소리를 전반적으로 형용하는 단어 ‘따뜻하다, 단단하다, 볼륨감이 있다’ 등의 말들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더라고요. 비슷한 감상을 사람마다 묘하게 달리 표현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스프루스와 시더, 두 대의 악기가 퀄리티의 차이가 아닌 취향의 차이로 나뉘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스프루스와 시더는 전면을 제외하고, 같은 컨셉으로 거의 유사하게 제작되었는데요. 저에게는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에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다른 제작가, 연주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너무 즐거웠고요. 국내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기까지 용기와 결심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저는 물론 함께 하자고 권유한 친구도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로마 엑스포를 다녀오면서 마스터들과 프로 제작가의 수준을 봤던 터라 더 걱정이 된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제 악기를 선보이면서 가격을 얼마나 부여할지,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스스로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 너무 일찍 노출이 돼 버리면 그만큼 일찍 평가를 받게 되잖아요. 나의 것을 단단히 갖추기도 전에 접하는 다양한 평가들 앞에서 제 자신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타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고 이 모든 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함께한 친구와 서로 의지하면서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형건 시더 모델
파르티타에 선보인 시더 모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소개하는 악기는 전면 시더와 옆 뒷면 인디언 로즈우드로 제작된 전통적인 스타일의 클래식 기타입니다. 저번 인터뷰에서 말씀드렸었던 안토니오 마린 몬떼로와 로베르 부쉐의 악기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제작했어요. 그래서 5개의 브레이싱과 브릿지 밑부분에 있는 가로 보강목, 그리고 아치형으로 된 터널의 보강목 등의 구조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의 악기와 같이 상대적으로 높고 G#보다 살짝 낮은, 103hz에 고유 주파수가 걸려있어 밝지만 가볍고 부드러운 톤을 가진 악기라 생각해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쉐의 헤드에서 약간의 변화로 포인트를 주었고 로제트는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모자이크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번 악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소리적인 측면에서 가장 고민했습니다. 악기 제작에 앞서 원하는 소리의 이미지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다른 명기들을 연주해 본 것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가장 닮길 바랐던 소리는 역시 안토니오 마린과 부쉐였기 때문에 그 악기들의 구조적 특징과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참고했어요. 그런 밝고 따뜻하고 둥근 소리의 악기를 기대하며 제작했습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선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을 먼저 정했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민했어요. 그 결과 밝은 톤의 모자이크로 로제트 작업을 했고, 퍼플링의 경우 바인딩과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제작 중 어려웠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바로 전에 만든 스프루스 악기를 제작할 때 처음으로 로제트의 모자이크 상감 작업을 해보았는데요. 너무나도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고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료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어떻게 재료를 구하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가볍지만 단단하고 건조가 잘 되며 내부 변형력이 적고 에너지 전달이 빠른, 효율적인 재료를 찾습니다. 전면 재료는 지난해 최문석 선생님께 받은 소재를 사용했고, 옆/뒤판은 학교 재고에 있는 나무들을 사용합니다. 따로 스페인이나 독일에 있는 목재상에게서 구매하기도 해요.

악기를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로만틱 기타와는 또 다른 감정이 들어요. 처음으로 나만의 컨셉을 가지고 작업했다는 점이 이전까지 만든 악기들과 가장 큰 차이점인데, 저의 오리지널 모델을 파르티타를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처음 파르티타를 알게 되고 그곳에 있는 악기들을 보았을 때 나도 이런 제작가가 될 수 있을까, 막연했던 바램이 어쩌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이제 단순한 피드백뿐만 아니라 냉정한 평가도 받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악기가 지속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나요?
저는 선대에 만들어진 악기들의 역사와 소리를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나만의 어떤 것을 첨가하거나 새로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기타 소리는 이미 세상에 있고 저는 그것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따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러는 동안 제 아이덴티티나 개성은 제가 만든 악기에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학교에서 친구들과 탁구를 정말 재밌게 치고 있어요. 어떤 친구는 저에게 탁구채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독일 시골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악기를 만드는 지난한 과정에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꾸준히 만들어질 악기에 대한 방향성이나 추구하는 점이 있다면?
소리적인 측면에서는 제 모델의 음색을 유지한 채로 디테일한 부분에 변화를 줘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소리와 잘 어울리는 로제트와 헤드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밝은 톤을 가진, 연주하기 편안하고 잘 따라주는 배려심이 있는 악기를 만들고 싶어요. 외관상으로는 평범하지만 고급스러운 방향을 추구하고요. 그리고 이번에 파르티타에 있는 마누엘 라미레즈 측정을 토대로 한, 마누엘 라미레즈 스타일의 악기를 제작해 보는 것도 목표입니다.

어떤 제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이제 곧 독일로 돌아가는데요. 쾰른에 있는 로만틱 기타 제작 장인과의 인턴십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안 하르트 크레세(Bernhard Kresse)에게 악기를 배우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과 결정의 시기가 올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이스터를 수료하고 나면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 악기가 숲의 나무로 있을 때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헛되이 만들어진 악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그리고 해외에 나와있는 만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기타 제작가로서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거창하지만 주변과 사회를 이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